요즘 SNS에서 #CookieChallenge라는 짧은 영상 콘텐츠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가 쿠키 두 개를 받고, 부모 중 한 명은 하나, 다른 한 명은 아무것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가 쿠키를 나누는지, 아니면 혼자 다 먹는지를 지켜보며 ‘공감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귀엽고 흥미로운 육아 콘텐츠로 보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한동안 웃으며 봤고, 저도 우리 아이와 한 번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과연 아이가 쿠키를 나누지 않았다고 해서 공감 능력이 부족한 걸까?’ ‘이걸 촬영해서 온라인에 올리는 건 과연 괜찮은 일일까?’
#CookieChallenge는 무엇인가요?
#CookieChallenge는 부모가 아이에게 쿠키나 간식을 주고, 그 반응을 몰래 촬영한 뒤 SNS에 업로드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영상에서는 보통 아이가 쿠키를 나누면 “착하다”, “배려심 있다”는 칭찬을 받고, 나누지 않으면 “아직 어려서 그렇다”거나 “이기적인 면이 있다”는 평가가 뒤따르기도 합니다. 이 챌린지는 아이의 공감 능력을 가볍게 확인해 보는 실험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상 매우 복잡한 심리적·윤리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테스트 대상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공감 능력은 단순히 쿠키를 나누느냐 마느냐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발달 속도와 정서적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순간의 행동으로 성격이나 공감 수준을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에게는 아직 상황 판단 능력이나 감정 조절 능력이 완전히 발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쿠키를 혼자 먹었다고 해서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낯선 상황, 익숙하지 않은 요청 앞에서 당황했을 수도 있고, 부모의 반응을 예측하지 못해 불안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제 아이에게 장난스럽게 “아빠도 하나만” 하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놀이가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는 평가받는 상황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요.
SNS에 올리는 순간, 놀이가 '공개 심사'가 됩니다
더 큰 문제는 부모가 이 장면을 촬영하고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반응이 온라인 공간에 올라간 순간, 그 행동은 더 이상 가족 간의 작은 에피소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노출됩니다. 아이가 쿠키를 나누지 않았다면, 댓글에서는 농담처럼 “이기적이네~” “사회성 부족”이라는 말이 붙고, 반대로 나누면 “역시 훌륭하게 키웠네요” 같은 반응이 달립니다. 이런 피드백은 부모에게는 일종의 보상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에게는 무의식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추억으로 남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 장면으로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공감은 훈련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공감 능력은 실험을 통해 훈련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천천히 쌓여가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라납니다. 아이가 배려를 배우는 것은 반복적인 대화, 주변 어른의 행동 모델링, 그리고 안전한 정서적 환경 안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타인의 입장을 상상해보는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가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장 강력한 교육이 됩니다. 쿠키 하나를 나눠줬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평소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지입니다.
#CookieChallenge는 겉으로는 귀엽고 따뜻한 콘텐츠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평가, 비교, 심리적 부담이라는 요소가 함께 숨어 있습니다. 아이의 공감 능력은 쿠키 하나를 나누는 순간으로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와 나누는 매일의 대화, 손잡고 걷는 길, 부모의 눈빛 속에서 자라는 마음입니다. SNS 콘텐츠는 일시적이지만, 아이의 정서는 오래 남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콘텐츠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사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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