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베어백킹(Barebacking)’이라는 독특한 출퇴근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음악, 책 등 외부 자극을 모두 배제하고, 통근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의미하죠. 뉴욕포스트, 포춘 등 외신에 따르면 이는 재택근무에서 사무실로 복귀하게 된 이후, 출근길에 느끼는 반발과 스트레스를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저 역시 최근 사무실 출근이 다시 일상으로 자리잡은 이후, 출근길 지하철에서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내려놓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늘었습니다. 바쁜 일상을 준비하기 전, 그 짧은 고요함이 오히려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디지털 피로, 멈춤을 부른다
오늘날 우리는 출근길마저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간'으로 인식합니다. 유튜브를 틀고, 업무 메일을 확인하고, 오디오북이나 뉴스 요약 콘텐츠를 재생합니다. 하지만 Z세대 직장인들은 이 흐름을 일부러 거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베어백킹’은 스마트폰, 이어폰, 책 없이 ‘맨몸’으로 출근길을 보내는 실천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디지털 피로(digital fatigue)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와 디지털 회의, 무한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시달린 젊은 세대는 오히려 오프라인의 ‘비움’을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 출근이 재개되면서, 그들은 출근길마저 정보와 자극으로 채우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베어백킹’은 단순한 멍때리기를 넘어, 디지털 과잉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로 볼 수 있습니다. 외신 포춘(Fortune)은 “Z세대는 무의미한 콘텐츠 소비 대신, 의도적인 무행동을 선택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재정비하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의도적 멍때리기의 긍정적 효과
심리학적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여러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미국 UCLA의 신경과학자 마리사 포너(Marissa Porges)는 “멍때리는 시간 동안 인간의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상태에 들어가며, 이는 창의력, 자기성찰, 정서 조절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출근길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은 그날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앞으로 마주할 일들을 조용히 정리할 수 있는 내면적 준비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는 하루의 질을 높이고,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집니다. 지하철 안 사람들의 표정, 도시의 아침 빛, 창밖의 나무 흔들림 같은 것들이 다시 시야에 들어오며, 무심코 흘려보내던 일상의 조각들이 감각적으로 되살아나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통제감과 자율성의 회복
Z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시간의 자율성’을 중요시합니다.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감각은 중요한 자기 통제력의 기반이 됩니다.
‘베어백킹’은 이런 자율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조차 ‘선택’하는 행동이며, 그 선택이 나의 하루를 온전히 준비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시대적 가치관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주체적인 일상 운영, 심리적 안정, 그리고 인간적인 리듬을 되찾으려는 시도인 것이죠.
‘베어백킹’은 결코 무기력하거나 게으른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끊임없는 연결과 과잉 자극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능동적인 선택입니다. 출근길을 다시 바라보는 관점, 그 잠깐의 여백은 우리 삶의 리듬과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 역시 어느 날부터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폰을 내려놓고, 그냥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하루 중 가장 명료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생각은 정돈되고, 감정은 가라앉으며, 하루를 위한 작은 준비가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하나의 트렌드를 넘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일상의 전략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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